“예루살렘 여자들아 너희에게 내가 부탁한다 너희가 나의 사랑하는 자를 만나거든 내가 사랑하므로 병이 났다고 하려무나”(아5:8)

신랑을 찾아나선 여인이 사랑병에 걸려 다른 여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사랑하여 병에 걸린 또다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다말을 사랑하여 병에 걸린, 다윗의 아들 암논입니다.(삼하13:1,2)

그러나 암논이 술람미 여인과 달랐던 것은 술람미 여인이 육신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아5:3) 육신의 고초를 감수하면서까지(아5:7) 영적인 사랑을 위하여 신랑을 찾아나선 반면, 암논은 육체의 정욕으로 다말을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 요나답과의 작당 모의 끝에 다말을 겁탈하여 육체의 정욕을 해소한 후에는 다말을 매섭게 내버렸습니다.

똑같이 사랑병에 걸렸지만, 그 동기와 결과는 매우 다릅니다. 우리는 많은 타오르는 갈망과 갈급한 가운데서 그 마음에 병이 나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우리의 사랑병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갈급함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육체의 정욕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여, 세상 가운데서 갖고 싶은 것, 얻고 싶은 것 때문에 사랑병이 납니다. 또한 거듭나지 않아 여전히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사람은 그리스도와 교회조차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직분을 얻어 남들의 인정을 받고, 외식함 가운데서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자신보다 신앙지식이 얕아보이는 이들로부터 우월감을 느끼기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기도할 때조차도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잠30:8)” 하지 않고 나의 필요 이상의 정욕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서울대에 가고 싶어서 병이 나기까지 기도할 수 있고, 남몰래 사모하는 이성의 마음을 얻고 싶어서 병이 나기까지 기도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필요는 주님이 가장 잘 아시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님을 뵈옵고 그와 동행하는 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좋은 것이나 슬픈 것이나 모두, 우리가 주님을 뵈옵고 그와 더불어 교제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으니,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때로는 기도한 바를 이루어주심으로, 때로는 거절하심으로 주님을 드러내고 만나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에 바라는 바를 구하되,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들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암논의 또다른 잘못 중 하나는, 다말의 제안대로 왕에게 청하여 왕께서 허락하신 관계 안에서 다말의 마음을 얻어야 했지만, 왕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임의로 다말을 얻으려 했던 것입니다.(삼하13:13) 술람미 여인은 결혼을 통해 허락된 관계 안에서 신랑을 찾아나섰지만, 암논에게 다말은 허락되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필요에 따라 허락하신 것 이상을 구하는 것은 육체의 정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심은 육체의 정욕을 만족시키시기 위함이 아니라 정욕으로부터 건져내시기 위함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얻지 못하여 잠시 슬퍼하고 아파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사랑병이 되어서는 안되며, 결국 그 상한 심령마저도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치유를 얻어야 합니다. 

우리는 육적인 삶과 영적인 삶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육적인 삶들이 의미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삶을 통하여 풍성한 복음의 열매를 얻고 거룩의 열매를 얻을 때입니다.(빌1:22,23), 

우리가 영적인 것 외에 세상의 것을 구하며 기도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구해야 마땅하지만 세속의 것을 위해 기도할때조차 그 동기는 영적인 것에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자신의 욕망을 위하여서가 아니라 주님이 주신 가족을 위하여 가족의 물질적 필요를 채우고 그들의 병이 낫도록, 내가 병이 나기까지 기도해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매일 주님이 먹이시는 건강한 가정교회를 만듦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지 않으실지라도 우리의 기도 가운데 우리의 가정교회를 믿음으로 더욱 견고하게 하셨음에 만족하며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오늘도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쇼핑몰을 뒤졌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여행 사이트를 뒤졌으며, 교회에서는 남들의 인정과 칭찬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들은 주님 안에서 다스려져야하니, 주님을 향한 사랑병은 생명에 이르는 병이지만,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향한 사랑병은 생명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가 잠못이루고 밤잠을 뒤척이는 많은 이유는 나의 잘못된 사랑병 때문입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얼굴을 구하는 순결한 사랑으로 내 마음에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병을 얻어, 오직 나의 신랑이며 의사이신 그리스도께만 나아가는 밤이 되기를 바랍니다.

 

(영상 형제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