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이

 

 

2014724, 목요일 점심.

 

 

오늘 오랜만에 임봉희 할머님을 만나 뵈러 갔다. 교회 34주년 기념품 손톱깎이 세트를 가지고 할머님이 계신 양로원에 갔더니 침대에 누워서 주무시고 계셨다(어쩌면 할머님은 그냥 눈을 감고 계셨을 수도). 나는 방안에 있는 의자를 할머님이 누워계신 침대 옆에 조용히 놓으려고 했는데 소리를 들으셨는지 할머님이 눈을 뜨시기에 반갑게 인사드리면서 의자를 침대 옆에 놓고 앉았다. 나는 할머님에게 교회 선물을 가지고 왔다고 말씀 드린 후 손톱깎이 세트를 보여드렸다. 그리고 나서 나는 할머님에게 손톱을 깎아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전에 할머님의 따님 한 분이 할머님의 손톱을 깎아드리다가 두 번이나 할머님의 손톱 주위 살점도 짤라서 피를 흘리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겁 없이(?) 그저 할머님의 손톱을 깎아드리고 싶어서 ‘제가 더 잘 깎아드릴 수 있어여, 할머니’ 라고 말씀 드린 후 할머니의 왼쪽 손톱부터 깎아 드렸다. 그런 후 또 나는 다른 도구(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음)로 할머니의 손톱을 부드럽게 해드렸다. 적어도 왼쪽 손톱 깎이는 성공한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할머니의 오른쪽 손톱을 깎아 드리다가 손톱이 두꺼워서 손톱깎이에 잘 들어가지 않아 억지로(?) 하려다가 그만 할머님의 손톱 주위에 살점을 조금 자른 것 같았다. 깎을 때 할머님이 좀 놀라시고 아파하시는 것 같아 나는 할머니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따님보다 더 잘 깎을 수 있다고 담대하게 말씀드렸는데 결국에는 …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나머지 오른쪽 네 손톱을 다 깎으려는 내 시도에도 가만히 계셨다. 어쩌면은 할머니는 지금 아무 것도 하실 수 없으셔서 그렇게 가만히 계신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소 호흡기가 코에 끼어있지 않고 이마에 놓여 있었는데도 내가 ‘할머니, 이거 코에 껴야 하지 않아여’라고 여쭈었더니 그래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코에 끼어드렸다. 스스로 거의 아무 것도 하실 수 없는 상태이신 것 같다. 이젠 할머니는 자신의 나이도 잊어버리신 것 같다. 내가 할머니에게 ‘할머니, 92세시죠?’라고 여쭈었는데도 모르시겠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 점점 더 쇠약해지시는 임봉희 할머님을 보면서 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주님 사랑하시죠?’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할머님이 주님을 사랑하고 우리 교회를 사랑하고 원로 목사님과 사모님 등 사랑하고 계시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할머니에게 질문을 드렸다가 보다 말씀을 드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런 후 나는 할머니에게 우리 승리장로교회에서의 추억들을 말씀드렸다. 특히 할머니가 잘 기억하셔서 찾아 뵐 때마다 종종 말씀하셨던 그 추억들을 할머님과 나눴다. 그 손으로 교회 부엌에서 쌀 네 솥을 열심히 씻으셨던 추억, 그 일로 인하여 할머니는 자기 손 가락이 좀 어떻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내가 총각 전도사 때 할머님 부부도 교회 봉고차로 집에서 교회로 모셔오고 집에 모셔다 드리면서 할아버지가 나에게 언제 결혼할거냐고 물으셨던 추억도 할머님이 나에게 말씀하시기에 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제가 결혼한 지 이젠 벌써 17년이 지났어요’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렸다. 나는 할머님과 이런 저런 추억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머님에게 천국에 가 계신 고 김영화 권사님(나의 친 할머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유는 임봉희 할머님이 고 김영화 권사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기에 평생 잊지 못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임봉희 할머님께 주님께서 오라하시면 우리가 잠들어서(성경에서 우리 성도의 죽음을 잠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후) 더 이상 질병과 고통과 외로움과 죽음이 없는 영원한 천국에 들어가서 고 김영화 권사님도 만날 것이며 고 임종환 할아버지(임봉희 할머님의 남편)도 만날 것임을 할머님께 말씀드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주님과 영원히 살 것임을 말씀드린 후 나는 찬송가 “내 영혼이 은총 입어”를 하나님께 찬양 드린 후 할머님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기도 후 할머님의 얼굴을 보니까 왼쪽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오늘 나와 대화 속에서 “감사”하다 는 말씀을 세 번이나 하신 임봉희 할머님, 나는 그 할머님의 감사하는 평안한 모습을 보면서 할머님의 이마에 뽀뽀해 드렸다.

 

[2014.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