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양처럼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 53장 7절).

 

 

            이사야 53장 7절을 묵상할 때 저는 몇년 전 몽골에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양을 죽이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두 몽골인 남자들이 멀리서 양을 끌고 오는 모습도 기억이 나고 그 두사람이 그 양을 어떻게 죽였는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양은 죽임을 당하러 끌려 오면서도 반항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 그냥 고분 고분 두 몽골인을 좇아왔다는 것입니다.  아마 염소 같았으면 죽기 싫어서라도 끌려 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두 몽골인이 그 양을 죽일 때에 양은 잠잠했다는 것입니다.  한 몽골인 남성이 양 다리를 잡고 있었을 때 다른 몽골인 남자가 작은 날카로운 칼로 양의 심장 부분을 사람 손 들어갈 만큼 째더니 자기 손을 짚어 넣어 양의 심장을 꽉잡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도 서서히 죽어가는 양의 모습은 잠잠했습니다.  죽은 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양의 피부를 다 벗기는 모습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그 죽은 양은 음식이 되어 제 뱃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저에게 먹힌바 되려고 그 양은 도수장으로 끌려와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고난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양처럼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자 갈보리 산으로 향하셨습니다.  그 갈보리산 십자가로 향하시는 하나님의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할 때 저는 아무 반항 없이 고분고분 그 두 몽골인을 좇아온 그 양이 생각납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반항하지 않으시고 그 뜻을 이루어 드리시고자 십자가의 죽기까지 자원하는 마음으로 순종하신 예수님, 십자가로 가까이 가까이 걸어가시는 고난의 예수님을 생각할 때 저 또한 예수님처럼 주님의 뜻에 반항하지 않고 겸손히 죽기까지 순종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뜻에 순종하되 자원하는 마음으로 순종하고 싶습니다.  주님께 끌려가는 주님의 종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주님의 종이 되고 싶습니다. 

 

            고난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곤욕을 당하여 괴로우실 때에도 잠잠하셨습니다.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양과 털 깍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예수님은 침묵하셨습니다.  어떻게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걸머지시고 고난을 당하여 괴로울 때 잠잠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죄 없으신 분이 우리의 모든 죄를 걸머지시고 죄인 취급을 받으시는데고 불구하고 어떻게 예수님을 침묵을 하셨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 변명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묵묵히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어 드리시고자 잠잠히 갈보리 산 십자가로 걸어가신 예수님, 그 예수님을 생각할 때 저 또한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뜻에 순종할 때 잠잠히 순종하고 싶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침묵의 영성을 배우고 싶습니다.  침묵이란 무엇입니까?  단순히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태도나 자세입니다(나우웬).  저는 스스로 광야로 들어가 잠잠하셨던 고난의 주님을 바라보면서 침묵하길 원합니다.  하나님께 무엇을 간구하기 보다 그 전에 하나님의 잔잔한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뜻을 십자가 앞에 내려 놓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제 자신을 굴복시켜 순종하길 원합니다.  침묵 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고 겸손히 순종하는 주님의 종이 되고 싶습니다.

 

            어제 저녁 요한복음을 읽다가 요한복음 6장 53-57절에서 제 시선이 좀 멈췄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  그리고 저는 오늘 새벽기도회 때 묵상한 이사야 53장 7절에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양”을 생각할 때 생각난 몽골에서 죽임을 당한 그 어린양을 먹은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오는 주일 부활절에 있을 성찬식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찢기신 살과 흘리신 보혈을 상징하는 빵과 포도주를 받을 생각을 할 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신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은혜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삶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주님의 말씀이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양처럼 자원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모든 죄와 허물을 지시고 갈보리 산 십자가로 잠잠이 나아가신 예수님처럼 저 또한 잠잠히 주님의 음성을 듣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뜻에 순종하길 원합니다.  예수님처럼 죽기까지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죄를 걸머지시고 십자가로 향하셨던 하나님의 유월절 어린양이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제임스 김 목사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