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사랑의 표시인 침묵
“대제사장들이 여러 가지로 고발하는지라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 예수께서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빌라도가 놀랍게 여기더라”(마가복음 15:3-5)하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주시는 교훈을 받고자 합니다:
(1) 마가는 “대제사장들”이 예수님을 “여러 가지로 고발”하였다고 기록하였는데, 마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마27:12)이라고 기록하였습니다. 마태가 “장로들”을 첨가한 것은 백성의 대표들이 예수님을 고소한 일에 분명히 관여하였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호크마).
(a) 또한 마태는 마태복음 26장 65-66절 에서는 산헤드린이 사형 판결을 내린 이유가 예수님께서 자신을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라고 주장함으로써 하나님을 모독(신성모독)했다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유대법에 의해서는 성립되지만 로마법에 의해서는 유죄 판결의 이유가 안 됩니다. 그런데 마태복음27장 12절이나 마가복음 15장 3절에서는 저들이 예수님을 고소하였다고만 언급되어 있을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고소했는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가는 그 고소 내용이 예상했던대로 정치적인 죄목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발하여 이르되 우리가 이 사람을 보매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 하니”(눅23:2). 그 정치적인 죄목이란 예수님이 자기 자신을 “왕 그리스도”라 자칭하여 왕권에 도전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에게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하고 물은 것입니다(막15:2; 마27:11)(호크마).
(2) 빌라도 총독은 또 예수님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현대인의 성경) “사람들이 저토록 여러 가지로 너를 고소하는데 왜 한 마디 변명도 없는가?”]하고 물었지만 예수님은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셨습니다(막15:4-5). 이렇게 아무 대답(말씀)도 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을 생각할 때 이사야 53장 7절 말씀을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현대인의 성경) “그가 곤욕을 당하면서도 침묵을 지켰으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잠잠한 양처럼 그의 입을 열지 않았다”].
(a) 예수님께서는 앞서 있었던 산헤드린 공회의 심문에서도 침묵을 지키셨습니다(첫 번째 침묵): “그러자 대제사장이 일어나 예수님께 '이들이 네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도 왜 대답이 없는가?' 하고 물었다. 그래도 예수님이 침묵을 지키시고 대답을 하시지 않자 대제사장은 '내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너에게 묻는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냐?' 하였다”(마26:62-63, 현대인의 성경).
(b) 그리고 나서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고소하는 말에 아무(일체)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두 번째 침묵):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고소하는 말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때 빌라도가 예수님께 '저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증언하는 말이 들리지 않느냐?' 하고 물어도 예수님이 전혀 대답하지 않으시자 그는 아주 이상하게 생각하였다”(27:12-14, 현대인의 성경).
(c) 예수님의 세 번째 침묵은 헤롯이 예수님께 여러 가지 물어보았을 때였습니다: “헤롯은 예수님께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으나 예수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눅23:9, 현대인의 성경).
(i) 그리도 무수히 많은 고소 앞에서도 왜 예수님께서는 오직 침묵으로 일관하신 것일까요? 마태복음 27장 14절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아니하”셨다고 말씀하고 있는데 이 말씀의 헬라어 원문을 직역하면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셨는데 단 한 마디의 고소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으셨다”가 됩니다. 실로 예수님의 침묵은 무언 중에 자신의 무죄성을 강조하신 동시에 자신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속물로서(20:28) 기꺼이 고난을 당하겠다는 당신의 거룩한 뜻을 증거하고 있는 것입니다(호크마).
· 공생애 때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말로 가르치셨던 예수님께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한마디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진정 예수님께 있어서는 말씀하시는 것뿐만 아니라 침묵하시는 것도 인류에 대한 당신의 지극한 사랑의 표시인 것입니다(호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