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26장> 거짓 사랑에 대하여
마귀는 거짓에 능하다. 신이 아닌 것을 신으로 여기게 하고,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여기게 하며, 이타적이지 않은 것을 이타적으로 여기게 한다.
그러나 모든 거짓의 중심에는 왜곡되고 자기중심적인 자기사랑이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시작되어,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타인을 향한 적극적인 사랑의 근원이 된다. 그러나, 스크루테이프가 말한 비이기주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소극적 태도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의지로써 배제하고, 상대방을 돕고 그의 필요를 배려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자기 의를 드러내고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되거나, 외적인 규범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며 서로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동기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성령의 열매로서, 우리의 배려나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참된 평화와 기쁨과 화평을 가져오며 지속적이고 일관적이지만, 비이기주의는 때로 자기 의와 교만을 숨기는 수단에 지나지 않아서, 종종 갈등과 불만과 위선을 낳기도 하고, 기대했던 보상이나 인정이 돌아오지 않으면 쉽게 지속성을 잃기도 한다.
비이기주의는 통제된 자기 사랑에 불과하다. 잠시 잠깐의 위장된 평화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씀과 성령 가운데서 일어나는 영혼의 전적인 변화 없이 인력으로 시도되는 사랑은, 언제나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복음의 부재의 결과이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닮아가는 부부 간의 사랑은, 자신에 대한 통제와 상대방에 대한 통제 가운데서 다툼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적극적인 사랑이다. 자신의 죄성을 인정하고 겸손 가운데서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며, 성령의 열매로서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성도간의 사랑이며 부부간의 사랑이다.
사랑은 단순한 행동의 변화가 아닌, 거듭남으로 인한 마음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청년부 시절 목사님이 늘 하셨던 말씀처럼 결혼은 피바다에 노젓는 것과 같다. 잠시 잠깐 불붙는 관능적인 매력에 이끌려 만나게 된 두 짐승이, 평생에 걸쳐 서로를 통제하고 자신의 이기심을 절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교만일 뿐이다.
(영상 형제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