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21장> 청지기로서의 삶에 대하여
선악과를 먹은 결과는 모든 것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이 하나님이 아닌 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 부모, 내 자녀, 내 시간, 내 소유가 되었고, 그 마음의 중심을 들여다보면 나의 만족을 위하여서만 애정을 쏟는다. 하나님 마저도 나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 철저한 자기사랑이다.
그러나 거듭나 마음의 중심이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옮겨가면, 더 이상 내 것을 주장하지 않으며,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맡겨주신 부모님과 맡겨주신 자녀, 맡겨주신 시간과 그 밖의 맡겨주신 모든 것이 된다.
하나님의 청지기는 내가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안다. 따라서 내 자녀와 부모님이, 또는 내 배우자와 이웃이 아직 복음을 모르고 있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서 그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가운데서 하나님의 집인 교회로 최선을 다해 초청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예배하기 위해 힘쓸 것이고 사랑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우리는 내세를 소망하나, 현재의 세대로 부름 받았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내게 붙여주신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지금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마6:10) 힘써 기도하며 섬겨야 할 주님의 청지기들이다. 맡기신 분이 하나님이라면, 우리가 소망하는 가운데 그 일들을 맺음도 하나님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마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결코 나의 시간이 아니며 내가 허투루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쉼도 허락하셨지만, 우리의 시간은 청지기로서의 일들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나의 재물은 물론, 신체와 재능과 능력도 모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가운데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지혜롭게 사용될 때, 우리는 이곳에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맛보다가, 머지않은 훗날 청지기로서의 삶을 마치고 영원한 하늘 나라를 나의 분깃으로 받게 될 것이다.
성도는 자신의 보화를 땅에 쌓지 않고 하늘에 쌓는 이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반드시 붙잡아서 나의 것으로 삼아야 할 것은, 앞에 있는 것들을 위한 푯대되신 주님 뿐이다. 시간이 지나서도, 또한 영원 중에서도 우리가 끝까지 빼앗기지 않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주님께서 주신 그의 '의' 밖에는 없다.
우리가 세상 어느 것을 가져도 만족이 없었고 죽음을 피할 수 없었고 고난과 결핍을 피할 수도 없었지만, 주님의 주권과 소유를 인정하는, 주님 주신 그 '의'를 통해서만, 만족을 얻고 죽음을 이기며 고난을 이길 것이다. 그래서 이 '의'를 발견한 성도는 이전에 나의 소유를 주장하며 나의 우상으로 섬기던 모든 것을 이제는 배설물로 여길 것이다.(빌 3:8)
(영상 형제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