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18장> 결혼에 대해서
부부됨을 통해 이루는 가정교회는 물론이고, 우주상의 단 하나의 교회, 즉 모든 성도들의 연합은 에덴동산과 천국의 질서를 닮아서, 서로를 내 몸같이 여기며 서로가 서로를 돕고 섬기는 유기적인 한 몸된 공동체다.
각자가 '자기자신'을 중심으로 모여서 매우 불안정한 긴장 상태에 있던 세상의 부부 관계나 세상 공동체와는 달리, 교회의 성도들은 만유를 선대하시는 하나님(시145:9)을 닮아서, 하나님을 향한 사랑 가운데서, 사랑과 연합의 새 '질서'를 이룬다.
새 옷이 낡고 음식이 썩어가듯,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도(entropy)'가 증가함으로써 부패함을 더해가는데, 이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각자가 햇빛과 양분과 음식 등 외부의 에너지를 가져와야 하니, 이것이 스크루테이프가 말한, "존재한다는 것은 경쟁한다는 것이다" 의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열역학 법칙에서 자유로운 것은 '사랑' 뿐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사랑 가운데서 서로 경쟁하여 혼돈하게 된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러나 혼돈 가운데서 질서를 창조하셨던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님은, 그의 택하신 백성에 대해 재창조를 통해 거듭나게 하시어 새 마음의 질서를 주셨으니, 이 질서가 바로 '사랑'이다. 이것은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님의 열매이며, 거듭나지 않은 자연인의 사랑, 즉 자기사랑과 전혀 같지 않다.
우리는 성령님을 통해서 하나님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사랑으로 연합된 유기체다. 부부 관계는 이러한 천국의 연합과 사랑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경험하게 하고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제정하신 제도다. 아내와의 결혼을 두고 기도할 때 결혼에 확신을 주셨던 응답은 우리는 부족하나 지고한 사랑이라는 거룩을 배워가는 성화의 파트너로서 맺어졌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제일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다.(소요리문답 1문답) 이를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자. 그러나 볼 수 있는 눈을 잃고, 들을 귀를 잃었다면 가정(결혼)을 먼저 바라보자.
'결혼'이야말로, 하나님의 '가시적 영광'을 드러내는 영광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결혼은 삼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두 남녀의 하나됨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간의 연합과 사랑의 '모사'(모형)이다. 우리는 '결혼'을 통하여 홀로 '사랑'이시며, '하나'이신 하나님의 영광을 발견한다.
둘째로 '결혼'은 그리스도와 성도간의 언약적 영광을 드러낸다. 두 남녀가 한 몸되어 서로 사랑하고 섬기겠다는 결혼 언약은 신랑되신 그리스도와 신부된 성도간의 언약적 영광의 '모사'이다. 우리는 '결혼'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영원하신 사랑과 언약을 발견한다.
셋째로, '결혼'은 천국의 사랑과 안식의 '모사'이다. 우리는 '결혼'을 통하여서 화평을 이루시고 안식을 이루시는 하늘나라의 영광을 발견한다.
넷째로, 결혼 제도를 통해 누리게 된 부부의 성적 결합은 고귀하고 아름다워서,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의 기쁨을 '모사'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과 하나됨이 언약관계 안에서만 일어나듯이, 결혼언약관계 안에서만 성립될 수 있다. 그러니, 두 남녀의 성적 결합을 통하여 육체의 기쁨만을 탐하지도, 하나님 안에서 맺어진 결혼 언약 밖에서 행해지지도 말아야 한다. 그와 같은 간음은 하나님에 대한 적극적 배반이며 불순종이다.
더욱 주의할 것은 합법적 부부간의 성적 결합이나 사랑도 그 상대방만이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 역시 영적 간음이란 것이다. '결혼'과 부부간의'성적 결합'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사랑에만 시선이 쏠려 하나님을 볼 수 없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어줄 '안경'이 뿌옇게 된 경우로서, '결혼'과 가정의 의미와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결혼'은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안경'이다. 이 안경이 없이도 '영광'을 볼 수 있는 이들은 독신의 은사를 받기도 하지만, 청년의 때에는 결혼을 소망하고 가정을 소망하며, 결혼한 이들은 지금의 가정에 날마다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기쁘고 아름답고 고결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이다.
부부간의 사랑과 언약은 영원하지 않다. 그것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지속될 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와의 사랑과 언약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으며 영원한 것이다. '결혼'과 '가정'을 통하여서 그보다 더 나은 것, 즉,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감각과 기대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 삶의 능력이 되고 소망이 되며 능력이 될 것이다.
(영상 형제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