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13장> 취미와 취향에 대해서 

 

나는 최근 몇 가지 취미를 찾았었다. 작년에는 취미활동을 위한 자격증을 땄고, 올해는 퇴근 후 학교에서 또다른 취미를 배웠고 지금도 다른 개인 교습을 알아보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여행과 음악에 대한 것들이다. 

그런데 특이할만한 사실은, 이전에 취미와 오락거리를 찾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예전보다 조금 더 많은 말씀을 읽고 주님을 묵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던 가운데서 취미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친절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여행하고, 하나님이 선물하신 음악을 통해서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더욱 누리고 하나님을 더욱 찬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구매했던 책들 중에는 신앙서적들도 있지만, 여행책, 음악책, 요리책, 베이킹책, 역사책, 시집 등 종류가 다양하다. 되도록 즐겁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취미가 우상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요리와 베이킹으로 성도를 대접하고 역사와 시를 통해 사람들을 더 깊이 알아갈 수도 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아담과 하와가 다스리도록 지어진 동시에, 아담과 하와가 즐겁게 누리도록 지어졌다. 타락한 자연인은 창조세계를 다스릴 능력도 누릴 자유도 잃었었지만, 거듭난 성도는 교회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에서 진지한 즐거움을 발견하며, 즐거움 가운데서 하나님을 발견할 것이다.

세상의 오해와는 달리 청교도들도 취미를 즐기고 레크레이션을 즐겼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레크레이션에 대해 다음의 다섯 가지를 질문했다고 한다. 

1. 육체에 유익이 있는가? 2. 성도의 간증에 해를 끼치지 않는가? 3. 이 오락이 나를 지배할 수 있는 성향은 없는가? 4. 주님이 이 자리에 오신다면 이 활동을 기뻐하실까? 5.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가?

부모님과 자녀에 대한 사랑이 하나님을 향한 사랑보다 앞설 때 부모님과 자녀마저 우상이 될 수 있듯이, 취미 역시 언제든지 우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며, 늘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여, 하나님이 지으시고 나에게 맡기신 부모님과 자녀를 사랑하듯, 하나님과의 교제 가운데서, 하나님이 지으시고 동행하시는 세상의 즐거움을 찾는 것은, 성도 안에서 일어나는 성령님의 자연스러운 활동일 수 있다. 

우리가 받은 구원은 우리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을 죽이지 않는다. 우리가 죽여야 하는 것은 옛 본성이지, 거듭난 새 생명과 하나님이 각 개인에게 주신 은사와 이로 인한 즐거움이 아니다. 우리의 거듭남은 우리가 창조되었던 원형의 회복이다. 내가 죄와 사망의 지배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지으시고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던 본래의 나의 모습으로 회복되어갈 때, 가장 나다움이 발현될 것이고, 가장 나다운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우리의 연약함은 죄의 결과이며, 우리의 고난은 성화의 과정이고, 성도의 즐거움은 천국의 즐거움의 모형이다. 성도는 모든 연약함과 고통과 즐거움 속에서 하나님을 생각한다. 그래서 성도의 신앙은 현실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하나님과의 사귐 속에서 세상은 즐겁다. 나는 즐거운 성도 되길 원한다.

 

(영상 형제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