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10장> 세상과 친구됨에 대하여

 

세상의 가치들은 교만과 허영으로 가득하다. 거듭나지 않은 자연인들은 하나님을 떠났을 때의 그들의 무가치함과 무능력, 무지를 모르기 때문에, 교만과 허영 속에서 고결하고 세련된 사람으로 여겨지기를 바라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워나간다.

폐부를 파고들어 나의 옛 본성을 찢고 나의 소망 없음을 자백하게 하는 진리의 말씀은 거부하고 인본주의에 뿌리를 둔 평화주의니, 다원주의니, 자유주의니 하는 것들이 각광받는다. 

더욱이 우리가 침묵하는 사이에, 순결한 복음의 가치를 들을 기회보다는 세상의 가치를 들을 기회들이 훨씬 많다. 가뜩이나 죄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세상의 가치를 거부할 줄 모르는 우리의 자녀들이 죄의 유혹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거듭나기 이전의 본성이나 세상의 가치나, 모두 하나님을 떠나있으니, 그야말로 죄의 지배 가운데 있다는 설명이 딱 맞다.

"내가 비옵는 것은 저희를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오직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요17:15)

악한 세상에서 성도들이 즉시 천국으로 데려가지지 않고 남겨진 이유는, 하나님의 거듭난 백성들이 거룩을 이루어가게 하기 위함이며 세상에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교회)와 한시적인 일반 나라(국가)에 모두 속한 이중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단지 믿음을 입으로만 말하고 글로만 쓰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외적 소명의 자리에서도 우리의 믿음을 따라, 덕과 지식과 절제와 인내와 경건과 형제 우애와 사랑을 베풀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벧후1장) 

성도는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보내진 자들이다. 다만, 세상의 군대와 다른 것은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엡6:17) 힘이 아닌 사랑으로 정복함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자아도취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 때때로 세상과 교회 양 쪽에 모두 잘보이면서 우월감과 뿌듯함을 느끼려고 한다. 나는 교회밖에 모르는 사람들처럼 고루하지 않으며 세상밖에 모르는 사람들처럼 가볍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자랑이며 착각이다 .

성도는 세상과 친구되어야 하는가? 맞다. 성도는 세상을 사랑해야 하는가? 맞다. 그러나 쾌락과 죄악을 함께 나누는 공범자가 아니라, 진정 친구되어 그들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장차 일어날 마지막 때의 일들에 침묵하지 않아야 하고, 그들을 사망 가운데 방치해서는 안된다.

친구들이 좁은 길을 걷지 않을 때, 우리가 친구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넓은 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J.C.라일) 만약 죄악 중에 있는 친구를 바꿀 자신이 없고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친구라면 차라리 멀리하는 것이 옳다. 함께 지옥에 가는 것보다는 혼자 천국에 가는 것이 더욱 낫다.

스크루테이프가 언급한 청교도들은 고루하고 재미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여겨졌다. 그러나 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를 생각한다. 지금도 청교도의 신앙을 계승하고자 하는 성도들은 세상의 눈으로는 맹신자나 재미 없는 사람들과 다름 없지만, 말씀 앞에 납작 엎드려 주님으로부터 일으킴을 받아 주님에게서 즐거움을 찾는 그들을 주님은 반드시 기뻐하실 것이다. 

거듭난 성도는 세상의 평가나 나 자신의 평가, 주의의 칭찬이나 조롱에 담대함을 유지한다. 그의 존재와 가치는 세상이 아닌 주님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를 생각할 뿐이다.

나는 기억되기보다 잊혀지길 바라며, 나를 만난 사람들에게 내가 기억되기보다 하나님이 기억되기를 바란다. 다만 나 자신은 언제나 하나님께 기억되길 바라며, 나의 농담들은 잊혀지고 내가 전한 주님의 말씀이 그들의 심령에 심겨지길 바랄 뿐이다.

마찬가지로 주위의 칭찬이나 조롱도 내게 속히 잊혀지되, 주야로 묵상하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주님의 칭찬을 확인하고자 한다.

"대저 하나님께로서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긴 이김은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요일5:4)

나 자신과 일산교회가 믿음으로 세상을 이기며, 세상이 감당치 못할 성도, 그런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영상 형제의 글)